
어릴 적 온몸에 빨간 물집이 생겨 가렵고 열이 나던 기억, 혹은 주변에서 수두를 앓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수두(Chickenpox)'는 한때 흔했던 어린이 전염병이었지만, 이제는 백신 접종으로 많이 줄어든 질환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의해야 할 감염병임은 분명합니다. 오늘은 수두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언제까지 전염되는지, 효과적인 치료법과 중요한 예방접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수두란 무엇인가요?
수두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과에 속하며, 어릴 때 수두를 일으킨 후에도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수두는 주로 영유아 및 어린이에게서 발생하지만, 면역력이 없는 성인이 감염될 경우 더 심한 증상을 보이거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2. 수두의 주요 증상
수두는 특징적인 피부 발진과 함께 다양한 전신 증상을 동반합니다.
잠복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10~21일(평균 14~16일)의 잠복기를 거칩니다.
전구 증상 (발진 전):
- 발진이 나타나기 1~2일 전부터 미열, 권태감, 식욕 부진, 두통, 근육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어린이의 경우 전구 증상 없이 바로 발진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피부 발진:
- 붉은 반점: 몸통(가슴, 배, 등)에서 시작하여 얼굴, 두피, 팔, 다리 등 전신으로 퍼지는 붉은 반점이 나타납니다.
- 물집 (수포): 붉은 반점은 곧이어 물집(수포)으로 변합니다. 이 물집은 맑은 액체로 차 있고, 주변이 붉게 부어오릅니다.
- 농포 및 딱지: 물집은 24~48시간 내에 고름이 차는 농포로 변하고, 이후 딱지로 변합니다.
- 다형성 발진: 수두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같은 시기에 다양한 형태의 발진(붉은 반점, 물집, 딱지)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보인다고도 합니다.
- 심한 가려움증: 발진과 물집은 매우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여 아이들이 긁게 만듭니다. 긁으면 2차 세균 감염이나 흉터를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기타 증상:
- 발열: 발진이 생기면서 38~39℃의 열이 동반됩니다.
- 피로감, 식욕 부진.
- 드물게 입안이나 성기 등 점막에도 궤양성 병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수두의 전염 기간 및 경로
수두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환입니다.
전염 경로
공기 감염 (공기 중 비말/수포액): 감염된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비말(침방울)이나, 터진 물집에서 나온 수포액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호흡기로 흡입되어 전염될 수 있습니다.
직접 접촉: 터진 물집의 수포액과 직접 접촉하여 전염될 수 있습니다.
전염 기간
발진 발생 1~2일 전부터 모든 물집이 딱지로 변할 때까지 전염력이 있습니다.
특히 발진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에 전염성이 가장 강합니다.
모든 물집이 딱지로 완전히 변한 후에는 전염력이 사라집니다. (보통 발진 발생 후 5~7일 소요)
중요: 수두 환자는 전염 기간 동안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 등원/등교하지 않고 격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4. 수두의 치료법
수두는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질환이지만,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대증 요법 (증상 완화)
가려움증 완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칼라민 로션, 보습제 등을 발라 가려움증을 줄여줍니다. 손톱을 짧게 깎아 긁지 않도록 하고, 필요시 장갑을 씌워 2차 세균 감염을 예방합니다.
해열: 발열이 심할 경우 해열제를 복용합니다. (단, 아스피린 복용 금지! 라이 증후군 위험)
충분한 휴식 및 수분 섭취: 면역력 회복을 위해 충분히 쉬고, 탈수를 막기 위해 물을 자주 마십니다.
청결 유지: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여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항바이러스제 (선택적 사용)
아시클로버(Acyclovir) 등: 증상이 심하거나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경우(예: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면역 저하자, 만성 폐 질환자 등) 발진 발생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증상 완화 및 회복 기간 단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건강한 어린이는 항바이러스제 없이도 잘 회복됩니다.
합병증 치료
2차 세균 감염: 물집을 긁어 세균이 침투하면 농가진, 봉와직염 등 2차 세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항생제 치료가 필요합니다.
폐렴, 뇌염: 드물지만 중증 합병증으로 폐렴이나 뇌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5. 수두 예방접종 (백신)
수두 백신은 수두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만약 감염되더라도 증상을 훨씬 경미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예방 수단입니다.
백신 종류: 생백신 (약화된 바이러스를 이용).
접종 시기:
국가 필수 예방접종: 생후 12~15개월 영아에게 1회 접종.
추가 접종 (선택): 4~6세경 2차 접종을 권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차 접종은 1차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돌파 감염'(백신을 맞았는데도 감염되는 경우)의 위험을 낮춥니다.
면역력이 없는 청소년 및 성인: 수두를 앓은 적이 없거나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청소년 및 성인은 4~8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권장합니다. 특히 의료 종사자, 면역 저하자와 접촉하는 사람,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 등은 접종이 중요합니다.
접종 효과: 1회 접종으로 약 80~90%의 예방 효과를 보이며, 2회 접종 시 효과가 더 높아집니다. 백신을 맞아도 수두에 걸릴 수 있지만(돌파 감염), 증상이 훨씬 경미하게 나타나고 합병증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주의사항:
면역 저하 환자, 임산부, 심한 알레르기 반응 경험자 등은 접종할 수 없습니다.
접종 후 드물게 발열이나 경미한 발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수두는 한때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질병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염력이 강한 만큼, 수두에 걸렸다면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철저히 격리하고 개인위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우리 아이들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해 수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예방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