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건강검진 결과지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거나 '중성지방 수치가 위험하다'는 내용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특별한 증상도 없는데 덜컥 겁부터 나는 이 질환, 바로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입니다. 과거에는 '고지혈증'이라고 불렸지만, 콜레스테롤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여 더 정확한 명칭인 '이상지질혈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상지질혈증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입니다. 오늘은 우리 몸속 지질(지방) 수치에 이상이 생기는 이상지질혈증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는데 왜 위험한지,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법과 관리법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이상지질혈증이란 무엇인가요?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에 지방 성분인 '지질(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좋은 콜레스테롤이 부족한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 몸의 지질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총콜레스테롤(Total Cholesterol): 혈액 내 모든 콜레스테롤의 총량입니다.
- LDL 콜레스테롤 (Low-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립니다.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위험합니다.
- HDL 콜레스테롤 (High-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립니다. 혈관 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다시 간으로 운반하여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수치가 낮을수록 위험합니다.
- 중성지방 (Triglyceride):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남은 에너지는 중성지방 형태로 저장됩니다.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의 기준 (일반적인 성인 기준이며,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목표 수치는 달라질 수 있음):
- 총콜레스테롤: 200 mg/dL 이상 (높을수록 위험)
- LDL 콜레스테롤: 130 mg/dL 이상 (높을수록 위험)
- HDL 콜레스테롤: 40 mg/dL 미만 (낮을수록 위험)
- 중성지방: 150 mg/dL 이상 (높을수록 위험)
이러한 지질 수치들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하며, 이는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가 됩니다.
2. 이상지질혈증의 주요 원인
이상지질혈증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생활 습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가. 생활 습관 및 환경적 요인 (가장 흔함)
- 서구화된 식습관: 포화 지방, 트랜스 지방,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육류, 가공식품, 튀긴 음식, 단 음식 등의 과다 섭취는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높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습니다.
-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특히 정제된 탄수화물(흰쌀밥, 빵, 면류 등)의 과다 섭취는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주요 원인입니다.
- 비만: 체중이 증가하면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복부 비만은 더욱 위험합니다.
- 운동 부족: 신체 활동량이 부족하면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감소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 흡연: 흡연은 H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LDL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동맥경화를 촉진하며, 혈관 내피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줍니다.
- 과도한 음주: 알코올은 간에서 중성지방 생성을 촉진하여 중성지방 수치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 만성적인 스트레스도 지질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나. 유전적 요인 (원발성/가족성 이상지질혈증)
부모로부터 유전적으로 이상지질혈증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이 대표적이며, 젊은 나이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동맥경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 특정 질환 및 약물
다른 질환: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신증후군, 만성 신부전, 간 질환 등이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약물: 스테로이드, 피임약, 일부 이뇨제, 베타 차단제 등 특정 약물 복용도 지질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이상지질혈증의 증상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이 바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혈액 속의 지방 수치가 높아진다고 해서 바로 몸에 이상을 느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질 수치가 매우 높거나, 이상지질혈증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혈관에 합병증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합병증으로 인한 증상
- 협심증/심근경색증: 가슴 통증, 호흡 곤란, 가슴 답답함 (관상동맥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 질환)
- 뇌졸중: 팔다리 마비, 언어 장애, 의식 저하, 시야 장애 (뇌혈관 동맥경화로 인한 뇌 질환)
- 말초동맥 질환: 다리 통증(특히 걸을 때 심해지는 간헐적 파행), 발 저림, 발의 냉감, 피부 궤양 (말초 혈관 동맥경화)
- 황색종 (Xanthoma): 피부 아래 지방이 침착되어 노란색 결절이나 판이 생기는 현상. 눈꺼풀, 아킬레스건, 손등 등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높은 유전성 이상지질혈증에서 흔합니다.
- 각막 주위 아크스 (Arcus senilis): 눈의 각막 가장자리에 회백색 띠가 생기는 현상. 노화 현상일 수도 있지만, 40대 미만에서 나타난다면 이상지질혈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 췌장염: 중성지방 수치가 500 mg/dL 이상으로 매우 높아지면 급성 췌장염의 위험이 커집니다. (심한 복통, 구토 등)
중요한 점: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이상지질혈증은 동맥경화를 서서히 진행시켜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액 지질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5. 이상지질혈증의 치료법
이상지질혈증의 치료는 생활 습관 개선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를 병행합니다. 치료의 목표는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입니다.
가. 생활 습관 개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함)
식이 요법:
-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트랜스 지방 섭취 제한: 붉은 고기, 가공육, 버터, 마가린, 튀긴 음식, 과자, 패스트푸드 등.
- 정제된 탄수화물 및 단당류 섭취 제한: 흰쌀밥, 빵, 면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와 음식 등은 중성지방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식이섬유 섭취 증가: 통곡물, 채소, 과일, 콩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은 콜레스테롤 흡수를 방해하고 배출을 돕습니다.
- 불포화 지방 섭취: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생선(고등어, 연어), 견과류, 올리브유 등을 섭취합니다.
규칙적인 운동: 일주일에 3~5회, 한 번에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등)을 꾸준히 합니다. 이는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체중 관리: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복부 비만을 줄이는 것이 지질 수치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금연: 흡연은 심혈관 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절주: 과도한 음주는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므로, 절주하거나 금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 약물 치료
생활 습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질 수치가 목표 범위에 도달하지 않거나, 이미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 인자가 많은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시작합니다.
스타틴 (Statins): 가장 널리 사용되고 효과적인 약물로,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여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크게 낮춥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부작용으로 근육통, 간 수치 상승 등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경미하며 심각한 부작용은 드뭅니다.
에제티미브 (Ezetimibe):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여 LDL 콜레스테롤을 낮춥니다. 스타틴과 병용하여 효과를 높이기도 합니다.
피브레이트 (Fibrates): 주로 중성지방 수치가 매우 높을 때 사용합니다.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PCSK9 억제제: 주사제 형태로, 스타틴으로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스타틴 부작용으로 복용이 어려운 고위험군 환자에게 사용됩니다.
오메가-3 지방산 제제: 중성지방 수치가 매우 높을 때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약물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하며,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해서는 안 됩니다. 약물 복용 중에도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하고 부작용 여부를 점검해야 합니다.
이상지질혈증은 초기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미리 예방하고, 이미 진단받았다면 꾸준한 관리와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를 통해 혈액 지질 수치를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의 혈관 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바로 건강한 삶을 지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