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앞이 뿌옇게 보이거나,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거나, 빛 번짐이 심해져 운전이 힘들어지는 경험을 하고 계신가요?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점차 흐려지는 이러한 증상들은 바로 '백내장(Cataract)' 때문일 수 있습니다.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가장 흔한 안과 질환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눈의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백내장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 어떤 증상들을 보이는지,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법과 수술 후 시력 회복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백내장이란 무엇인가요?
백내장은 우리 눈 속의 '수정체(Lens)'가 투명성을 잃고 점차 혼탁해져 빛이 망막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게 되어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수정체: 눈 안에 있는 투명하고 볼록한 렌즈 모양의 조직으로, 카메라 렌즈처럼 빛을 모아 망막에 초점을 맺게 하여 우리가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수정체는 탄력성이 있어 두께를 조절하며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모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단백질 변성 등이 일어나 투명성을 잃고 뿌옇게 변하게 되는데, 마치 맑은 유리창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과 같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혼탁의 정도가 심해질수록 빛이 망막에 도달하지 못해 시야가 흐려지고, 결국 실명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2. 백내장의 주요 원인
백내장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노화가 가장 주된 원인입니다.
노화 (가장 흔함): 대부분의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단백질이 변성되어 발생하는 '노인성 백내장'입니다. 60세 이상에서는 50% 이상, 70세 이상에서는 70% 이상에서 백내장이 발견됩니다.
외상성 백내장: 눈에 물리적인 충격이나 외상을 입었을 때 수정체가 손상되어 백내장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질병으로 인한 백내장 (합병 백내장): 당뇨병, 포도막염, 녹내장 등 다른 안과 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백내장입니다. 특히 당뇨병은 백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고 진행을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약물 유발 백내장: 장기간 스테로이드 제제를 복용하거나 눈에 점안했을 때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선천성 백내장: 태어날 때부터 수정체가 혼탁해져 있는 경우입니다. 유전적 요인, 임신 중 감염, 태아 발달 이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며, 방치 시 영구적인 시력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외선 노출: 강한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도 백내장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흡연 및 음주: 흡연과 과도한 음주도 백내장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백내장의 주요 증상
백내장의 증상은 초기에는 미미하여 자각하기 어렵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점차 뚜렷해지며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점진적인 시력 저하 (가장 흔함):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점차 흐려지고 뿌옇게 보입니다. 독서나 운전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시야 혼탁 및 흐림: 안경을 써도 시원하게 보이지 않거나, 도수를 바꿔도 시력 개선이 잘 되지 않습니다.
눈부심 및 빛 번짐: 밝은 빛(햇빛, 자동차 전조등)을 보면 눈부심이 심하고, 빛이 번져 보여 야간 운전이 특히 힘들어집니다.
사물이 여러 개로 보임 (복시): 한쪽 눈으로 봐도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단안 복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색상 왜곡: 색상이 바래거나 노랗게 보이는 등 색상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근시 변화: 초기 백내장에서는 수정체 혼탁으로 인해 눈의 굴절률이 변하여 일시적으로 근시가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전에 돋보기를 쓰던 사람이 오히려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게 되는 경우도 있음)
주맹 (Day blindness): 낮에 밝은 곳보다 오히려 어두운 곳에서 더 잘 보이거나, 밝은 곳에서 시력이 더 나빠지는 현상입니다. 동공이 수축하여 빛이 혼탁한 수정체 중앙으로만 통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4. 백내장의 치료법
백내장의 진행을 막거나 혼탁해진 수정체를 다시 투명하게 되돌리는 약물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따라서 수술적 치료가 유일하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수술 시기: 백내장 수술은 수정체 혼탁 정도와 환자의 시력 저하로 인한 불편함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무조건 빨리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시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때 수술을 고려합니다. 너무 늦게 수술하면 수술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 초기 백내장 환자에게는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안약이 처방되기도 하지만, 이는 백내장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며 효과도 제한적입니다.
가. 백내장 수술 (인공수정체 삽입술)
수술 방법: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초음파 유화 흡입술입니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초음파로 잘게 부수어 흡입한 후, 그 자리에 투명한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레이저(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하여 수정체를 분쇄하는 과정의 일부를 자동화하여 정교함을 높이는 방법도 사용됩니다.
인공수정체의 종류:
- 단초점 인공수정체: 한 가지 거리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어, 수술 후에는 먼 거리(또는 가까운 거리)는 잘 보이지만, 다른 거리는 안경이나 돋보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보험 적용이 됩니다.
- 다초점 인공수정체 (조절성 인공수정체, 연속 초점 인공수정체):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 또는 그 중간 거리까지 여러 초점을 제공하여 수술 후 안경 의존도를 줄여주는 렌즈입니다. 난시 교정 기능이 있는 토릭 렌즈도 있습니다. 비급여로 비용 부담이 더 큽니다. 환자의 생활 습관, 직업, 눈 상태 등을 고려하여 안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 후 적절한 인공수정체를 선택해야 합니다.
수술 과정:
대개 국소 마취(점안 마취 또는 안구 주위 마취)로 진행되며, 수술 시간은 보통 10~20분 정도로 짧습니다.
수술 당일 입원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으며, 수술 후에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안약을 점안하며 회복합니다.
5. 백내장 수술 후 시력 회복 기간
백내장 수술 후 시력 회복 기간은 환자의 상태, 백내장의 심한 정도, 인공수정체의 종류,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수술 직후 (수술 다음 날): 수술 직후에는 뿌옇거나 흐릿하게 보일 수 있지만, 수술 다음 날 보호대를 제거하고 나면 상당한 시력 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수술 부위가 회복 중이므로 시야가 완전하게 맑지는 않습니다.
수술 후 1주 ~ 1개월: 대부분의 환자는 이 기간 동안 시력이 점차 안정화되고 선명해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염증 완화와 회복을 위해 안약을 꾸준히 점안해야 합니다. 다초점 렌즈의 경우, 초기에는 빛 번짐이나 눈부심을 느낄 수 있으며, 뇌가 새로운 시력에 적응하는 기간(신경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수술 후 1~3개월: 대부분의 시력 회복은 이 기간에 이루어집니다. 인공수정체의 최종 위치와 뇌의 시각 적응이 완료되면서 최적의 시력을 얻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 수술 후 잔여 난시나 굴절 이상이 있다면 추가적인 안경 착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합병증이 없는 경우: 일반적으로는 수술 후 2~4주 이내에 대부분의 시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으며, 3개월이 지나면 거의 안정된 시력을 얻게 됩니다.
백내장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이지만, 현대 의학의 발달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뿌연 시야를 걷어내고 다시 선명한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